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감상 후기 –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
최근 일본 드라마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왔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마주하면서,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겪는 ‘성장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성장통은 어린아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른도, 노인도, 모두가 성장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연극을 보는 내내 이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인생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때로는 아프게 성장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원망과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극 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사처럼, "그냥 그렇게 된 것" 이다. 어떤 일들은 이유 없이, 혹은 이유가 있더라도 피할 수 없이,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다.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는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렸으며, 개인적으로 일본 감성을 좋아하고, 이름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기에 예술의 전당에 다른 전시를 보러갔다가 우연히 연극까지 보고 오게 되었다. 원작인 일본 영화와 만화가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이 또한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럼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어떤 이야기일까?
이 작품은 세 자매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이복 여동생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이복동생인 ‘스즈’는 엄마를 일찍 여의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왔다. 그런 스즈를 보고, 세 자매는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로 한다. 그렇게 네 명의 자매가 가마쿠라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며 가족으로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연극으로 재해석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바닷가의 풍경을 무대 연출로 풀어내면서도,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연극만의 감동 포인트
연극은 영화와 다르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도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만으로 바닷마을 특유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대는 굉장히 좁았고 나무 한그루만이 우두커니 서 있는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극 중간중간 무대가 세 개의 단차로 나뉘어 상황에 따라 집이 되었다가, 바다가 되었다가, 기차역이 되었다가 하는 점이 지루함 없이 연극을 관람하게 해주었다.
✔ 배우들의 연기
네 자매의 감정선이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특히, 첫째 사치의 책임감과 둘째 요시노의 자유분방함, 셋째 치카의 따뜻한 성격이 조화를 이루면서 연극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스즈의 성장이 더해져 가족이라는 테마를 더욱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 잔잔한 감성 연출
바닷가 마을을 표현하는 방식이 참 따뜻했다. 조명과 소리만으로도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고, 네 자매가 함께 생활하며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조용히 따라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 관객과의 거리감이 좁은 무대
영화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정을 전달받는 반면, 연극은 눈앞에서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 덕분에 네 자매가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성장하는 네 자매, 그리고 우리들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네 자매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성장통을 겪는다.
첫째 사치 – 진지하고 신중하지만, 결국 흔들리는 인간적인 모습
첫째인 사치는 가장 진중하고 신중한 인물이다. 바람을 피운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결국 자신도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 가장 도덕적이고 강해 보였던 사람이 결국 우유부단함을 보이는 순간,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둘째 요시노 – 가벼워 보이지만, 그 속에 깊이가 있는 인물
둘째 요시노는 얼핏 보면 철없어 보이고,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분위기 메이커이자, 가장 현실적인 감각을 가진 캐릭터였다.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에 나름의 깊이가 있는 사람. 주변에도 요시노 같은 사람이 떠올랐다.
셋째 치카 –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존재
셋째 치카는 네 자매 중 가장 따뜻하고 순한 성격이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막내 스즈 – 성숙해 보이지만, 결국은 아직 어린아이
막내 스즈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계모와 언니들과 살면서 눈칫밥을 먹으며 자란다.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결국은 그 나이 또래의 감정을 가진 아이였다. 연극을 보면서, 우리가 때때로 성숙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사실은 여전히 상처받고 방황하는 존재일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왜 하필?” 그리고 “그냥 그렇게 된 것”
연극 속에서 중간에 등장하는 아주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
“왜 하필?” “왜 하필 그렇게 좋은 사람이?”
그 대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살면서 나 역시도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왜 나만?”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하지만 극 중에서 회사 상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된 거야.”
연극 속에서는 이런 대사가 여러 번 나온다.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유를 찾고, 누군가를 탓하며 이해하려 애쓰지만, 어떤 일들은 이유 없이, 혹은 이유가 있더라도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붙잡고 있었던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억울했던 일들, 원망했던 순간들, 그리고 미처 받아들이지 못했던 일들까지. 연극은 단순히 네 자매의 성장 이야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대입하고 공감하고, 돌아보고 울컥하게 하는 그럼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거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거나, 연륜이 더 있으신 나보다 더 긴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이라면 이 연극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연극을 보는 내내 훌쩍이셨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극 중에서 아주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라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는 연극이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때때로 우리는 너무 많은 감정과 생각에 얽매여, 단순한 행복조차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그리고 연극을 보며 처음으로, 그 질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 감사함을 일상으로 들여오는 연습을 하면 더 행복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더라. 일상에서 더 큰 감사와 여유를 느끼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단 7명의 배우가 110분을 꽉 채운 감동
이 연극은 단 7명의 배우가 110분 동안 무대를 가득 채운다. 많은 등장인물 없이도, 공간적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가득 찬 감정을 전달했다. 단순한 대사 하나, 작은 표정 변화 하나까지도 깊이 와닿았다.
특히, 네 자매의 성장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마치 내 가족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극장을 나설 때쯤, 나는 따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나는 세남매인데 첫째 둘째 셋째의 성격이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라인업에 다른 유명 배우들도 있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봤던 캐스팅이 정말 각자의 역할에 찰떡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하선 배우 특유의 참한 분위기와, 서예화 배우 특유의 발랄함과, 김정영 배우의 농도 짓은 연기에서 오는 여운과, 스즈 역할의 설가은 배우의 어리지만 수준 높은 연기 모두 훌륭했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 추천할 만할까?
강력 추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봤으면 하는 연극이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현실에서 가족과의 관계나 현재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깊게 와닿을 수도 있다. 단순히 따뜻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겪는 갈등과 성장까지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 특유의 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감정선과 일본 특유의 문화와 감성이 돋보였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한 모두가 한 번은 겪었을 그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일본 드라마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보길 추천한다. 바닷마을의 정취와 함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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