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한입

존윌리엄스 『스토너』: 조용한 절망, 위대한 생의 기록

한입블로그 2025. 4. 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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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타이런이 “아름답고 슬픈 책”이라 평했던 작품. 『스토너』는 조용히 살아낸 한 인간의 삶을, 담담하게 그러나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이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주목받지 못했지만, 수십 년이 지난 뒤 전 세계 독자들의 가슴을 뒤흔들며 ‘재발견’된 문학적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작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1965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고요한 파문을 남긴다.

개그맨 이영철이 본인의 인생 책이라고 소개했고, 모델 홍진경도 읽은 책 스토너를 소개해본다.

 

 

스토너(초판본) : 네이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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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John Williams, Stoner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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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토너』는 무엇에 관한 소설인가?

『스토너』는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20세기 초중반 미국 중서부, 전쟁과 불황, 사회적 급변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 윌리엄 스토너.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모의 권유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해 농학을 전공하지만, 우연히 접한 문학 수업 한 번이 그의 인생 전체를 바꾼다. 문학에 매혹된 그는 결국 영문학 교수가 되고, 평생을 대학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보낸다.

그의 인생은 결코 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처절할 정도로 평탄하고, 때로는 무기력하게까지 느껴진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 교내 정치 싸움, 가슴 시린 외도, 그리고 가족과의 단절. 그러나 소설은 말한다. 바로 이 ‘아무 일도 없는’ 인생 속에야말로 진실된 인간의 고독과 의미가 숨어 있다고.


2. 왜 이토록 ‘조용한 인생’이 우리를 울리는가?

스토너의 삶은 격정이나 영웅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더 현실적이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 극적인 반전의 삶을 기억하고 박수친다. 하지만 『스토너』는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켜낸 한 인간의 내면을 탐색한다. 그것은 ‘살아낸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묻는 문학이다.

스토너는 한 번도 큰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누군가를 화려하게 감동시킨 적도 없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사랑한 문학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말하는 ‘존엄’이다.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조용히 걸어가는 것. 그것이 어떤 위대한 승리보다도 깊은 감동을 준다.


3. 고독, 사랑, 그리고 인간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고독’이다. 스토너는 평생 외로운 사람이다. 아내는 그를 외면하고, 딸은 알코올 중독자에게 끌려가고, 대학 동료들과는 끝없는 마찰을 겪는다. 유일한 위안은 문학과의 교감, 그리고 잠시 스쳐간 연인 캐서린.

그런데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디고, 버티고, 삶을 완성해낸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이 실패해도, 인생이 무너져도, 그 삶은 무가치한가?” 『스토너』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실패한 사랑에도 품격이 있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삶에도 숭고함이 있다고.

 

그래서 더욱 위로가 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비교 당하는 삶과 끊임없이 경쟁해야하는 사회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스토너와 같은 삶을 안쓰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자기만족의 삶을 영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4. “당신은 지금, 스토너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스토너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거창한 사명감도, 세상을 뒤흔들 비전도 없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순간순간 진심을 다했을 뿐이다.

이 소설이 오늘날 더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적인 면모를 안고 살아간다. 찬란하지 않지만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사람에게 이 소설은 말을 건넨다. “너의 삶도,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가 있어.”


5. 『스토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책은 빠른 전개나 반전 없는 이야기라서, 처음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듯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에 눈물이 고인다. 어떤 문장도 헛되지 않다.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슬프고 고요하게 당신을 사로잡는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오래도록 울릴 것이다. “삶이란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넌 무엇을 기대했나?' 

책의 막바지에 스토너가 삶을 마감하는 장면 그 몇페이지에서는 '넌 무엇을 기대했나?' 라는 문장이 여러번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저 책일 뿐인데 이 부분에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엄청난 몰입감과 벅차오름 그리고 내내 잔잔하게만 읽히던 책이 눈물로 얼룩지던 부분이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책의 끝머리에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평론이 실려있는데 이부분의 글도 매우 좋아 가져와 봤다. 

그(스토너)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기대'와 '실망'의 총합은 결국 0이다.
... 눈물이 나도록 기쁜 날들과 웃음이 나도록 슬픈 날들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모두 저 속절없는 0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마무리하며: 당신에게도 『스토너』가 필요한 순간

삶이 답답할 때, 뚜렷한 목표가 없다고 느낄 때, 그럴 때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사랑받지 못해도, 삶은 여전히 존엄하다는 진실을 담고 있으니까.

오늘 하루,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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